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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asure Book

책추천] 키네마의 신 - 하라다 마하

by Bolegounsaram 202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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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065P

 

12월 16일.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난 후의 일을 쓰려고 했지만 그만두겠다. 왜냐하면 소생은 정말 행복하니까.

긴자 와코 백화점 뒤편에 '시네 스위치 긴자'라는 작은 영화관이 있다. 예전에는 긴자 문화극장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여기에서 할리우드 명화를 잔뜩 보았다. 주인의 안목이 상당하다. 그래서 여기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일단 틀림없다고 미리 생각했다. [위시 유 히어], [모리스], [죽음의 연대기]등 소생의 일지에는 큰 호의를 담아 다루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도 예고편을 보고 '이건 반드시 좋은 영화가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예감은 완전 적중. 아니, 실은 예상 이상이었다.

[신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

라스트 신을 보며 '아아, 나는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영화가' 좋아서 영화를 계속 보아온 인생이라 다행이다' 싶어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옆에 소생 취향의 미인이 앉아 있어서 남자가 울면 창피하니까 망설였지만 눈물이 말을 듣지 않았다. 줄줄 흘러나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미인도 눈물에 젖은 듯 몇 번이나 팽! 하고 힘껏 코 푸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등 모든 관객이 울고 있는 듯했으므로 상관없었다.

 영화라는 것에는 가본 적 없는 세계가 잔뜩 들어있다. 체험한 적 없는 수많은 인생이 있다. 그리고 소생은 들어가 본 적 없지만 영사실의 비밀스러운 기자재들 앞에서 가슴 뛰지 안을 소년이 있을까. 소년이란 어느 세상에서든 복잡하고 어려운 기자재를 좋아하는 생물인 것이다.

 이 영화의 진정한 힘은 극장에 조명이 들어온 순간이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객석에서 일어난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모두 행복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내면에서 빛나는 듯한 눈부심이 있었다.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영화. 그런 영화를 오늘, 만났다.

극장을 나오자 긴자의 차가운 밤바람이 촉촉하게 마른 뺨에 닿아 기분이 좋았다. 감사해야만 한다고 소생은 생각했다.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라, 평화로운 세상이라 정말 다행이다. 빚 독촉에 시달리든, 마누라와 딸 앞에서 초라해지든 영화를 좋아하는 인생이라 정말 소생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 이 행복을 가슴에 가득 품고 마작 패를 잡지 않은 채 곧바로 집에 왔다.

 

 

 

- 본문 254P

 

친애하는 로즈 버드

잠시 연락 못해 걱정 많이 끼쳤습니다. 아무튼, 소생은 살아 있소. 귀하가 상상한 것처럼 샘도, 톰도, 조도 되지 않고 [환생]도 하지 않았소. 아 이건 귀하가 모르는 일본 영화의 제목이었구려. 실례, 실례.

최근 소생, 어느 일 때문에 고민이 많소이다. 귀하의 의견도 듣고 싶었소. 하지만 공공의 전파 - 관리인 주 : 전파는 아니지만 그냥 - 로 개인적인 고민을 고백하는 것도 좀 그래서 주저하고 있소. 그러나 오늘 소생의 딸이 전화해서 이렇게 격려해 주었소 힘들 때 힘이 되어주는, 그런 사람이 친구라고 말이오. 로즈 버드는 아버지의 친구 아닌가, 그러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분명히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로즈 버드.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귀하를, 또한 귀하 같은 예안과 예지의 소유자를 소생처럼 어리석은 자가 '친구'라고 멋대로 생각하는 것을 부디 용서해주시오. 또 소생의 생각이 귀하의 기분을 해치는 일이 있다면 앞으로 소생은 '키네마의 신'에 글을 올리는 것을 삼가겠소.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 친구인 귀하에게 허심탄회하게 의논하고 싶소.

부끄럽게도 소생에게는 친구가 그리 많지 않소. 영화를 본지 70년 이상이 되었지만 도박과 빚 경력도 꽤 많아서 가족이나 지인에게 늘 피해만 끼치다가 하나둘 친구를 잃었고, 이제는 흉금을 털어놓고 이 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귀하를 제외하면 단 한 명만 남고 말았소.

그 친구는 시네에 '테아트르 은막' 이라는 메이가 자를 경영하고 있소. 데라바야시 신타로, 우리가 부를 때는 데라신, 77세. 영화를 정말 좋아하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영화관을 시작했소. 귀하의 나라에 그런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는 메이가 자라는 것이 있고. 거기에서는 국내 상영이 끝난 영화나 왕년의 명화를 재상 영한다오. 2주마다 프로그램이 바뀌고, 동시상영에 노인 요금은 우수리 없이 딱 천 엔. 소생은 벌써 몇십 년이나 이 메이가 자를 다 녔소. 오랫동안 세일즈맨으로 살았는데 시간이 어중간하게 비면 극장 좌석에 앉아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며 온갖 꿈의 세계를 체험해 봤다오. 테아트르 은막이 없었으면 소생의 인생은 훨씬 더 심심했을 것이오.

그런 '테아트르 은막'이 존속 위기에 처해있소.

이유는 몇 가지요. DVD 보급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영화관으로, 특히 메이가자로 향하지 않게 된 것. 명화는 DVD로 보는 게 요즘 추세요. 그래서 손님들 발길은 점점 멀어지고만 있소. 정상적인 경영은 일찌감치 포기했소. 하지만 데라신은 '좋은 영화를 큰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사람도 틀림없이 있다'라는 신념으로 경영을 계속 해온 것이오. 그것도 이제는 거의 한계요.

또 하나는 3년 후 근처에 복합영화 상영관이 생긴다는 것. 몇 개의 상영관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를 선택하여 즐긴다, 이것 또한 요즘의 추세요. 겨로 나쁜 일은 아니며 오히려 환영할 만하오. 하지 만 고작 50석밖에 안 되는 작은 메이가자는 복합영화상연관 앞에 서는 사라져야 할 존재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오.

흐름이 그렇다고 데라신은 말하오. 알고 있다고 소생도 대답했소. 힘도 이름도 없는 노인 두 명이 푸념해 봤자 바뀌는 건 없소. 그런데 왜 굳이 귀하에게 호소하고 있는가.

그것은 귀하와의 대화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개운하게 소생의 인생을 바꿔놓았기 때문이오. 소생뿐만이 아니오. 딸은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영화 잡지 [에이유]의 편집자이지만 귀하와 소생의 토론을 잡지에 실어 폐간 직전이었던 [에이유]를 기사회생시키려 하고 있소. 이 사이트의 관리인 바루탄 씨는 오랫동안 관리인 실에 틀어 박혀 있었지만 최근에는 연화관에도 다니고 있는 듯하오. 그리고 기계치인 소생의 집사람도 남몰래 인터넷을 시작한 걸 소생, 눈치챘소. 오드리 헵번의 커뮤니티 블로그에 집사람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도 실은 알고 있었소.

변하기 시작한 것이오. 로즈 버드, 귀하가 소생 앞에 나타나고 부터 - 아니, 실제로는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니고 이야기를 한 적도 업지만 그래도 귀하가 소생의 인생에 혜성처럼 나타났기 때문에 - 뭔가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이오. 그것은 왜일까? 소생, 그 대답을 알고 있소.

로즈 버드. 귀하는 진짜 영화인이오. 귀하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택시 운전기사라 해도, 카페 주인이라 해도, 보험 외판원이 라 해도, 또는 연화관의 티켓 절취 직원이라 해도 당신이야말로 진짜 영화인인 것이오. 그 영화인인 귀하가 어느 날 갑자기 써준 글들 이 영화의 즐거움, 힘듦, 대단함 등을 가르쳐 주었소. 그리고 소생들의 마음을, 삶을 바꿔준 것이오.

그리고 귀하처럼 진짜 영화인인 데라신은 '키네마의 신'에 실린 글을 보며 '아직도 우리는 할 수 있다' 라며 일단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메이가자를 계속하겠다고 결심했소. 그 결심이 지금 흔들리고 있소.

아직 꽃이 피어 있는 동안 깨끗이 사라지고 싶다고 데라신은 말하오. 테아트르 은막의 마무리를 이쯤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진짜 영화인이라면 이 현실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오. 그리고 분명 우리에게는 없는 계책을 생각해 내줄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으며 털어놓는 것이오.

테아트르 은막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부디 조언해주시길. 그리고 귀하가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좋소.

이 글이 역시 잠꼬대처럼 들린다면 부끄러우니 바로 폐기해 주기 바라오.

합장, 고

 

 

 

 

- 본문 262P

 

"폐관 결심은 변하지 않으신 거예요?"

"그래. 변하지 않았어."

"그만두지 않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는데도요?"

수화기 저편에서 데라신은 입을 다물었다. 나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부디 며칠만 더 기다려주세요. 로즈 버드가 무언가 말해올 때까지."

데라신은 더욱 침묵했다 이윽고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기대하면 못 써.'키네마의 신'은 그리 쉽게 기적을 보여주지 않을 테니까.

신이란 건 상당히 잔인해. 오래 살면 그 정도는 알 수 있다고."

 

 

 

 

 

- 본문 288P

 

친애하는 로즈 버드

귀하의 글이 끊긴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소.

최근 소생은, 과거의 귀하와 주고받았던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보고 있소. 뭔가 실례되는 소리를 하지 않았는지. 기분을 거스를 만한 소리는 하지 않았는지. 만약 소생이 모르는 사이 귀하에게 실례를 범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하오. 어쨌든 귀하가 그 리처드 커 버네일인 줄 모르고 글을 썼던 것이오. 다시 읽어보니 여든이나 되어 풋내기처럼 건방을 떤 것 같아 새삼 얼굴이 빨개진다오.

생각해 보면 거성인 귀하가 소생 같은 노인을 상대로 여기까지 와 준 것 자체가 참으로 신비한 일이오. 귀하가 얼마나 바쁜지, 얼마나 많은 편집자가 귀하의 원고를 간절히 기다리는지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오. 그러니까 좀처럼 귀하가 소생의 블로그에 글을 써주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신을 타이르고 있소.

혹시 앞으로 두 번 다시 글을 써주지 않을지도 모르오. 영화를 둘러싸고 귀하와 가슴 뛰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오.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느끼고 있소. 이 블로그에 글을 올려준 것에 어떤 보답도 해드릴 수 없소. 다만 소생의 미천한 의견을 글로 쓸 뿐, 귀하의 인생을 물리적으로 채워줄 것은 없소. 미안하게 생각하오.

그래도 소생은 귀하의 상태를 알고 싶소. 건강하게 영화를 보고 있는지, 최근 본 영화 중에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울었는지 웃었는 지. 귀하 옆에서 함께 울거나 웃은 사람은 있었는지. 버터를 바른 팝콘 같은 것을 입안 가득 넣었는지. 그런 식으로 상상하며 아아, 그 영화를 소생도 보고 싶다고 정신없이 생각하오.

합장. 고

 

 

 

- 본문 296P

 

친애하는 고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 대한 군의 글을 읽고 나는 이번엔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나도 군과 마찬가지 체험을 그 전쟁에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과 똑같이, 이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시대와 이데올로기와 책략. 개인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온갖 요소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그 무자비한 비극을 만들어냈다.

딱 하나, 내 의견을 말하지. 이 영화는 '큰 전쟁'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작은 평화'에 대한 영화가 아닐까? 즉 전투나 살육 장면이 이 영 화의 주요 장면이 아니다. 군의 지적대로 실은 죽이고 죽은 것들이, 각자의 가족이 말없이 바라던 평화야말로 진짜 주인공 아닐까. 채플린은 [살인광 시대] 속에서 살인마 베드루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을 죽이면 악당이지만 백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다'라고.

이만큼 직설적으로 전쟁을 비꼰 말은 영화 사상 어디에도 없다. 개개인이 절실히 바라는 것은 평범한 일상이다. 가족이 모여 함께 식탁을 둘러싸고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냥 그뿐이다. 그런 '작은 평화'조차 결코 허용하지 않는 것이 전쟁이다. 고, 나는 군과 이렇게 대화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전쟁 중이었다면 군과 나는 이 영화처럼 적으로서,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미워했을 것이다. 똑같이 영화를 좋아하고 함께 영화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영화를 보고 싶어도 결코 허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지금 이렇게 군과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실컷 토론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에 감사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군과 나는 이렇게 인터넷 세계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다. 군이 다음에 어떤 영화를 가지고 나올지, 내 글에 어떻게 반응할지 즐겁게 기다릴 수 있다. 감사할 만하지 않은가. 미국과 일본, 말도 다르고 만나 적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친구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 시대와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기적에 말이다.

고, 군은 아는가? 영화의 세계에는 '제목보다 먼저 오는 이름 The Name above the Title' 이라는 말이 있다. 즉 명감독이나 주인공을 맡은 톱스타이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감독과 주인공 배우의 이름 이 제목보다 먼저 나오잖은가. 초창기 할리우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화 관계자가 '제목보다 먼저 오는 이름'을 동격 하며 계속 영화를 만들어왔다. 언젠가 자신의 이름이 제일 먼저 스크린에 나타나기를 바라며 말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몇 개의 이름이 내 머릿속을 스친다. 하지만 나는 지금 커다란 스크린에는 평생 이름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수 많은 이름 없는 영화 애호가들이 모인 이'키네마의 신'이야말로 최고의 스크린이라고 생각한다. 이름도 없는 작은 평화가 이 스크린을 언제까지고 계속 채워주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군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로즈 버드

 

 

 

 

- 본문 302P

 

친애하는 고

오랫동안 답장하지 못한 것을 용서하게.

나는 지금 뉴욕 시내의 병원에 있네. 아마도 여기가 내 마지막 장소가 될 듯하네. 몸 전체에 온통 관이 감겨 있어서 화장실에도 갈 수 없는 신세지. 그런 신세라 컴퓨터도 인터넷도 할 수가 없네. 이 글 역시 나의 말을 비서가 받아 적은 것이네.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내가 직접 교정을 보고 나서 보내려 생각하네.

나는 군에게 몇 가지 사과해야만 하네. 우선은 군에게 한 가지 거짓말을 하고 말았네.'고물 컴퓨터가 망가 져서 쓰지 못했다'라고. 실은 한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네. 나는 말기 암이라 앞으로 그리 오래 살 수 없다는 것을.

[래리 킹더]에 출연하기 전에도 입원하고 있었네. 하지만 군과 테아트르 은막이 궁지에 몰린 것을 알고 어떻게든 해주고 싶었네.'공공의 전파'를 이용하여 나는 군에게 거짓말을 했네. 우선 그것을 사과하고 싶네.

다 털어놓지. 1년쯤 전 암이라는 선고를 받고 자포자기 상태가 됐었네. 엉망진창이어서 여기저기 영화 블로그에 장난 삼아 글을 쓰며 괴로움을 달래고 있었네. 그 무렵'키네마의 신'을 발견했네. 마침 잘 됐군, 아무것도 모르는 이 노인을 박살내서 다시는 일어설 수없게 만들어줘야지, 하고 생각했네. 군을 지옥의 길동무로 삼 으려고까지 생각했네. 이런 놈이라 천벌을 받는 것도 당연하겠지. 이는 아무리 사과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고 있네. 그리고 오랫동안 군을 의기소침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네. 매일매일, 군은 계속 글을 썼네. 건강한지, 힘든 일은 없는지, 뭔가 힘이 될 수는 없는지. 군의 말에 얼마나 용기를 얻었는지.

고. 만약 군이 내 참회를 받아들여 용서해준다면.

딱 하나,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없을까. 딱 한 번만이라도 좋네. 군을 만나고 싶네.

내 목숨의 등불이 다하지 않고 군을 만날 수 있다면.

그때, 군에게만 내 인생 최고의 영화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네.

고, 만나러 와줄 수 없을까.

제멋대로인 데다가 아무도 못 말릴, 군의 친구를.

로즈 버드

 

 

 

 

 

 

:)

결국 두 노인은 만나지 못한다. 해피엔딩으로 끝이 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예상을 깨고 로즈 버드는 고를 만나지 못하고 천국으로 가버린다. 그렇지만 이 작가는 분명 새드엔딩인데도 불구하고 희망이라는 것을 놓지 않고 해피엔딩처럼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여기 아유미의 아버지이자 한 남자의 남편인 고. 라는 인물은 정말 터무니없이 구제불능 인물이다. 도박에 중독되고 도박으로 빚을 져 한평생을 빚을 갚으며 살았고 딸에게도 부인에게도 결코 좋은 아버지상은 아니었다.

도박만큼이나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영화. 영화를 통해 고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딸 아유미도 마찬가지고. 그치만 또 고라는 인물은 엄청난 행운아라고 생각된다. 늘 부족한 자신을 곁에서 지켜주는 부인이 있었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갱생시키려는 딸내미도 있고 영화관을 운영하는 속내까지 알아주는 베프 데라신도 있고.

마지막에는 영화로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연 로즈 버드라는 친구도 얻었고.

자신을 진심으로 진정성 있게 대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행운이 아닐까.

 

영화에 열광하고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키네마의 신.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화를 보고나서 읽었다면 그 감동이 몇 배는 더 컸을 텐데.

조금 아쉽긴 하다 :0 작가도 정말 영화광인 듯.

 

 

옮긴이의 말

 

이상하게 현실은 늘 누구에게나 남루하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화려한 명성을 지녔어도 완벽하게 행복할 수는 없는 것.

그것 이 인생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행복은, 행복하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일 때 찾아온다.

행복하지 않은 현실을 우연히 스치는 작은 행복,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좌우된다.

남루한 현실을 지탱케 해주는 힘은 거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힘은 누구에 게는 사랑이며, 누구에게는 자연이고, 또 누구에게는 영화다.

 

 

:) 책을 번역한 사람의 글도 좋아서 함께. 남겨본다.

 

 
키네마의 신(양장본 HardCover)
《낙원의 캔버스》, 《지베르니의 식탁》 등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하라다 마하의 장편소설 『키네마의 신』. 도박과 영화에 빠져 가족은 전혀 돌보지 않았던 여든 살의 아파트 관리인 아버지와 일에 미쳐 혼기를 놓쳤는데 직장에서도 잘린 노처녀 딸이 영화를 통해 오래된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를 회복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심장 수술로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17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맨션 관리인 일을 대신하던 아유미는 뜻밖에 아버지의 영화 감상 노트를 찾아낸다. 특별한 기교도, 세련된 문장도 없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진심이 절절히 묻어나는 노트. 아유미는 아버지에게 답장하듯 《시네마 천국》에 대한 감상문을 써 노트에 끼워둔다. 그리고 얼마 뒤 아유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버지가 그녀의 감상문을 영화 잡지 ‘에이유’에 투고했던 것이다. 영화 잡지 '에이유'를 발행하는 에이유샤 홈페이지의 숨은 관리인이자 편집장의 히키코모리 아들을 감동시킨 투고메일을 계기로 아버지는 에이유샤 홈페이지에 ‘키네마의 신’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평론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 글은 서서히 인기를 끌고 영문판까지 만들어져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다. 그렇게 어깨가 으쓱해진 아버지에게 어느 날 ‘로즈 버드’라는 이름의 블로거가 아버지의 평론을 맹렬히 비난하는 댓글을 달기 시작하는데…….
저자
하라다 마하
출판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1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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